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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정석의 헤드윅과 조승우의 헤드윅을 비교해보자

세리 2020. 5. 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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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주의

 2016년 '헤드윅:뉴 메이크업'을 기준으로 작성된 글로 본 공연이 아닌 극에서는 연출 및 무대 등에 차이점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1. 관람 후기

 

뮤지컬의 맛을 알게 되고 점점 뮤지컬에 빠지려 하던 무렵 헤드윅이 개막하였다.

헤드윅이란 극도 유명하고 조승우, 조정석 배우가 연기한 헤드윅은 더욱 유명했기에 직접 보고 싶어 예매를 했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보러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관람 전 헤드윅에 대해서 찾아보지 않았지만 워낙 유명한 극이어서 주인공이 트랜스젠더라는 점과 헤드윅의 이미지는 알고 갔었다.

그래서 극에 대한 거부감이 딱히 없었던 듯하다.

 

그때 당시 나는 뮤지컬을 여러 배우가 나와서 서로 대사를 주고 받고 노래를 부르고 연기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헤드윅을 처음 보러가서 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판이하게 다른 스타일의 뮤지컬이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일인극이었고 한 배우가 중점적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가고 다른 한 배우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극이었다.

한마디로 모노드라마 같은 뮤지컬이었다.

 

헤드윅의 콘서트에 온 관객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사랑과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관객들은 마치 헤드윅에 콘서트에 와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관람자같았다.

콘서트라는 커다란 틀에서 진행되고 한명의 배우가 모든 내용을 이끌어가는 극이었기에 주연 배우의 역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뮤지컬이었다.

노래와 연기가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되고 각 상황에서 다른 배우와는 다른 자신만의 헤드윅을 구축해야 했으며 애드립, 돌발상황에서의 대응 등 정말 저 배우가 얼마나 연습했고 노력했고 준비했는지가 판이하게 드러났다.

 

나는 조정석, 조승우, 변요한의 헤드윅을 관람하였고 각 배우가 너무 달랐고 또 비교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배우의 헤드윅을 괜히 봤다고 후회되거나 실망스럽지 않았다. 

각 배우가 정말 자신의 역량을 십분 활용해 헤드윅을 잘 표현하였다.

비교라고 해서 우월을 가리는 비교가 아닌 정말 각자의 장점과 스타일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비교가 되었다.

 

헤드윅은 콘서트 형식이어서 그런지 노래에 참 많은 신경을 쓴 것 같다.

노래를 너무 잘만들었고 중간 중간 나오는 영상이나 무대연출을 볼 때도 신경을 많이 쓴 것이 티가 난다.

다른 배우가 나오긴 하지만 거의 일인극에 가깝기 때문에 배우에게 집중할 수 있게 연출하였다.

트랜스젠더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헤드윅의 아픔을 잘 드러내었고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랑에 상처받고 세상에 버림받은 그의 아픔을 잘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그저 한 사람의 가슴아픈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던 내용을 노래와 연출을 통해 표현하여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극이라고 느꼈다.

 

또 이츠학을 맡은 제이민 배우는 너무 노래를 잘하고 연기도 잘해서 극이 끝나고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

쉽지 않은 역할이고 어떻게 보면 헤드윅이라는 역할에 가려 존재감이 미비할 수도 있음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신의 삶을 직, 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헤드윅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또 이츠학의 삶 역시 여러 아픔과 상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2. 조정석의 헤드윅

 

조정석은 연기를 너무 잘한다. 노래도 너무 잘한다.

락커인 헤드윅에 딱맞는 목소리 톤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조정석의 헤드윅을 보고나서 들었던 생각은 담백하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 담백하고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헤드윅이 나온 것 같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말하며 감정을 과하게 쏟지 않고 담백하게 연기했다.

생애 처음 보는 헤드윅을 조정석으로 시작한 건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느꼈다.

담백한 연기로 인해 여러 설정에서 올 수 있는 거부감이 덜 했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헤드윅에게 빠져들 수 있었고 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자극적인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 모든 상황을 부드럽고 담백하고 담담하게 연결하며 이끌어 갔다.

예쁘기도 엄청 예뻤다.

헤드윅을 연기하는 조정석이라는 느낌보다 헤드윅이구나라는 생각이 극을 진행할 수록 강하게 들었다.

 

 

3. 조승우의 헤드윅

 

조승우는 조정석과 완전 다른 느낌의 헤드윅을 연기했다.

극이 끝나고 나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는다.

너무 말도 안되게 잘하고 노련하다.

이미 오랜 시간 여러 경험들을 통해 세상에 그 어떤 기대도, 감흥도, 아무것도 없는 노련하고 농염하고 너무 닳고 닳아 세상에 체념한 헤드윅이었다.

그렇다고 슬픔이나 아픔, 상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프고 힘들고 슬프지만 이미 지나왔기에 그런 상황을 겪었지만 이 시기까지 왔기에 괜찮다는 듯 표현한다.

극 내에 있는 자극적인 요소를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면서 이 정도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이런 경험들은 이미 수없이 겪어서 나에게 그저 하나의 재미있는 장치일뿐이라는 듯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연기를 보면서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조승우가 연기하는 그 모든 행동들로 헤드윅의 서사가 완성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승우가 헤드윅 그 자체였다. 

 

 

4. 조정석 vs 조승우

 

누군가 더 잘하고 못하고의 판단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이라는 것을 먼저 밝히고 싶다.

둘 다 너무 잘해서 이런 비교를 하는 게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헤드윅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되고자 비교를 해본다.

 

- 노래 : 노래는 개인적으로 조정석이 더 잘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색이라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 연기 : 이건 뭐 둘 다 빼어나게 잘하지만 조승우의 연기가 좀 더 설득력있었다.

- 무대매너 : 이건 엄청나게 막상막하다. 애드립과 설정한 헤드윅의 모습에 따라 판이하게 달랐다. 그래도 고르지만 마지막 앵콜에서 더 신나게 놀았던 조승우에게 한표

-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 조정석은 헤드윅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극의 내용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서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조정석은 그런 면에서 담백한 연기로 몰입도를 더했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달자로 훌륭했다.

좀 더 날 것의 헤드윅을 보고 싶다면 조승우를 추천한다. 조승우는 헤드윅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담백함과는 거리가 멀고 어떤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헤드윅의 서사에 비춰보았을 때 충분히 표현가능하고 충분히 이해되는 모습이여서 깊이 있는 헤드윅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5. 마무리

 

헤드윅을 연기하는 배우는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당신의 원픽이 있다면 그 배우의 헤드윅은 필수로 보고 유명하다고 말하는 뽀드윅, 조드윅 외 여러 헤드윅을 한번쯤 보았으면 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 배우의 연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고 더 한걸음 나아가서 그들이 연기한 헤드윅을 보며 한번쯤 개인의 아픔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이해해줘야하는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옳고 그름과 호, 불호의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단 헤드윅을 통해 간접적으로 타인의 삶을 보면서 몰입하고 공감하고 웃고 우는 경험을 통해 나와 다른 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으면 좋겠다.

 

 

6. 뽀나스 - 변요한의 헤드윅

 

변요한은 내 기억에 16년도 극이 처음 헤드윅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변요한의 헤드윅은 일단 비주얼적으로 너무 예쁘다.

조정석의 헤드윅보다 예쁘니 말 다했다.

노련미는 다른 배우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지만 변요한만의 색깔로 잘 연기했다.

초반에 몰입이 덜 되었는지 변요한의 모습이 살짝씩 보였지만 그래서 더 재밌고 즐겁게 관람하였다.

아마도 초연이었기에 서투룬 모습을 셀링포인트로 삼은게 아닐까 혼자 궁예하기도 했다.

중후반에 갈수록 헤드윅이 되어 아픔을 노래하고 여러 감정을 쏟아내며 노래할 때에는 이래서 변요한이 캐스팅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변요한도 헤드윅을 맡기에 부족함없이 노래도 연기도 잘했다.

신선한 매력으로 재미를 더했기에 변요한의 헤드윅이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해나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기회가 된다면 또 맡아서 연기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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