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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미드나잇 앤틀러스 vs 액터뮤지션 후기

세리 2020. 3. 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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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앤틀러스

※ 스포주의

※ 액터뮤지션은 2018년 작품을 기준으로 작성되어 2020년 극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해당 후기에서는 2018년 미드나잇을 '액터뮤지션'으로 칭함 (작성일 기준 2020 액터뮤지션은 개막 전임)

※ 2020년 액터뮤지션 후기는 다음글에서 확인하세요.

 

 

미드나잇은 내 최애극 중 하나이다.

초연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본 극이기도 하며 고상호 배우를 처음 알게 되고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과 연극을 연달아 따라다니듯이 관람하게 만든 그 첫 시작인 극이기도 하다.

 

미드나잇은 내가 좋아하는 거의 모든 요소를 다 담고 있는 뮤지컬이다.

흡입력 있고 어두우면서도 밝고 경쾌하며 유쾌한 연출, 중독성 강하면서도 각 인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넘버, 짜임새 있게 흘러가는 이야기, 극이 끝나고 나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주는 주제 등 소극장 뮤지컬 중에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미드나잇을 꼽을 것이다.

 

단, 이 모든 것은 한국 버전의 미드나잇인 앤틀러스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이다.

2018년 미드나잇이 나온다는 소식에 주저 않고 예매하였지만 내가 봤던 초연의 연출이 아니라 당황했었다.

알고 보니 그것은 영국 오리지널 버전의 연출로 넘버와 내용은 같지만 나오는 인물들과 연출이 판이하게 다른 뮤지컬이었다. (영국 오리지널 버전은 이번 2020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으로 개막된다.)

 

따라서 앤틀러스와 액터뮤지션을 비교하며 후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앤틀러스는 2층으로 구성된 무대이다. 

앤틀러스하면 가장 상징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커다란 뿔을 가진 사슴이다. 

2층 정 중앙에 사슴 모형이 있으며 탐욕, 권력, 욕망 등을 의미한다.

액터뮤지션은 조금 독특한 무대가 특징이다.

사각형 프레임 안과 밖을 넘나들며 배우가 연기를 하고 또 연주를 한다.

 

앤틀러스는 극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반면 액터뮤지션은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똑같은 넘버이지만 연주와 퍼포먼스에 따라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앤틀러스는 비지터에게 모든 매력을 몰아주는 것 같다면 액터뮤지션은 플레이어들이 연주와 노래, 연기를 함께 하기에 아무래도 앤틀러스와는 다른 매력을 지닌다.

 

앤틀러스는 비지터, 맨, 우먼, 멀티플레이어로 구성되어 있고 연주자는 무대 뒤편에서 연주하는 반면 액터뮤지션은 비지터, 맨, 우먼까지는 같지만

멀티플레이어를 대신에 플레이어라는 연주와 연기, 노래를 함께 하는 역할을 추가했다.

멀리플레이어는 코러스를 비롯한 노래와 연기를 주로 하며 극의 보조자 같은 역할을 한다면 플레이어는 연주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아무래도 앤틀러스는 비지터를 중심으로 맨과 우먼의 이야기를 하며 극을 끌어가는 반면 액터뮤지션은 멀티플레이어들이 다양한 역할을 맡아 좀 더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엔카베데에게 끌려간 변호사와의 일화를 앤틀러스에서는 맨과 우먼의 연기로 보여주지만 액터뮤지션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변호사와 아내가 되어 연기한다.

이런 소소하지만 굵직한 차이들이 연출이 달라지면 얼마나 극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앤틀러스에 대한 매력에 푹 빠져 그러한 연출을 기대하고 갔기에 액터뮤지션을 보고 실망했을 뿐이지 액터뮤지션도 극 자체로만 보면 다른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플레이어는 굉장히 생소한 모습이었는데 그 배역으로 인해 극이 더 풍부해지고 앤틀러스에서는 배우의 대사를 통해 제삼자로 치부되는 다양한 역할을 직접 연기로 보여주기에 색다르다.

연주, 연기, 노래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해내는 모습은 박수가 절로 나오게 한다.

 

 

그렇지만 두 극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앤틀러스를 꼽을 것이다.

내가 반했던 매력 중 하나는 비지터라는 인물이 주는 매력이 있는데 앤틀러스에서는 비지터 본연의 매력이 가장 오롯이 드러나고 있었고 반면에 액터뮤지션은 그 매력을 다른 배역에게 분산시켜 비지터의 매력을 줄어들었다.

비지터는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렇기에 연기도 중요한데 고상호라는 배우는 그 인물을 정의 내린 유일한 배우라고 느꼈다. 

물론 고상호의 비지터에 빠져 다른 배우의 비지터는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악마인지 천사인지 사람인지 무엇인지 어느 것으로도 정의 내릴 수 없는 미스터리하고 오묘한, 굉장히 유쾌해 보이면서도 지나치게 차갑고 잔인해 보이면서도 한없이 해맑은 정말 다양한 매력을 지닌 비지터를 앤틀러스가 더 잘 보여주고 있다.

 

액터뮤지션에서도 고상호가 비지터를 연기했는데 그때는 앤틀러스와는 조금 다른 해석을 지닌 채 연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조금은 무게감이 덜어지고 유쾌함이 더해진 친숙 하면서도 익숙하고 무서우면서도 수긍이 되는 그런 비지터였다.

 

같은 뮤지컬이어도 연출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미드나잇이다.

 

어느 연출이 더 낫다 못하다를 비교하고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각 연출이 주는 매력이 다르다.

더욱이 이번 2020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은 2018년 때보다 더 업그레이드 한다고 하니 볼거리가 풍부할 것이다.

미드나잇 앤틀러스와 액터뮤지션 두 작품 모두를 보고 각각 비교하며 곱씹어본다면 미드나잇의 매력을 배 이상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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