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주의
디즈니에서 만든 뮤지컬로 볼거리가 화려한 극이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지금과 같은 연출은 보기 어렵다는 말에 아이다를 보러 갔다.
디즈니의 뮤지컬이기에 많은 기대를 하고 갔지만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나는 뮤지컬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화려한 배경이나 의상, 연출을 우선적으로 꼽지 않고 스토리를 방해하지 않는 연출과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극의 전체적인 조화가 잘 이루어지며 기억에 남는 넘버가 한두 개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아이다는 화려한 연출을 중심으로 모든 이야기가 이루어져 굉장히 눈요깃거리인 뮤지컬이었다.
군무도 멋있고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며 화려한 배경과 멋들어진 연출이 모두 함께 있으나 조화롭지 못한 채 따로따로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아이다라는 뮤지컬을 보는 기분이 아니라 여러 뮤지컬이 섞인 느낌이었다.
록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는 남자 주인공 라다메스는 그리스의 대니를 보는 느낌이었고 화려한 군무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는 것 같았고 당차고 진취적인 여자 주인공 아이다는 엘리자벳이나 에스메렐다 같은 배역을 보는 느낌이었고 초반의 암네리스는 시카고의 록시 하트 같았다.
어쩌면 아이다의 암네리스와 시카고의 록시하트 모두 아이비가 맡았기 때문에 비슷한 색깔이 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초반에 공주의 성격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록시하트가 자꾸 떠올랐다.
분명 처음 보는 뮤지컬인데 왜 자꾸 다른 뮤지컬들이 떠오르는지 극 자체에 집중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극의 줄거리를 잘 보여주기 위해 각 연출을 구상한 느낌이 아니라
각 장면의 화려함을 극대화시키는 연출로 구성되어 씬+씬+씬으로 엮인 뮤지컬 같았다.
장면을 엮기 위해 애쓴 뮤지컬 말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군무가 나올 때에는 그 춤이 의미하는 바를 알았기에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럽지 않았는데
왜 아이다에서는 이렇게밖에 활용을 못했을까 싶다.
배우의 노래에 집중시키고도 싶고 군무의 화려함도 강조하고 싶어서 결국 두 개를 다 놓친 것 같다.
화려함이 전부가 아닌데 배경과 의상, 춤 등 중심부보다 부차적인 것을 더 신경 쓴 뮤지컬이었다.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어서 아쉽다기보다 연출을 바꿔서 다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하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공주라는 자리를 부담스러워하면서 적의 장군과 사랑에 빠진 아이다를 보며
뭐 얼마나 만났다고 저렇게 사랑 사랑 타령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건 나의 가치관이기에
그러려니 넘어갔지만 아이다를 믿고 라다메스를 사랑한 암네리스가 너무 안쓰러웠다.
잘못한 것 하나 없이 믿었던 두 사람에게 배신당했음에도
함께 생매장하는 것으로 그들의 사랑을 지지한 암네리스가 진짜 주인공이었다.
디즈니이기에 눈요깃거리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뮤지컬을 보고 나면 넘버 하나쯤은 흥얼거리기 마련인데 아무것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거장들의 만남으로 유명했고 초연 때부터 지금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끈 극이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뮤지컬을 즐기고 싶다면 볼 것도 많고 화려해 확실히 재밌을 것이다.
배우들도 노래, 연기 모두 훌륭하고 조연들까지 전부 실력파여서 빈틈이 없다는 점은 장점이다.
디즈니가 만든 흥행을 위한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전체적인 조화와 극이 가진 매력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꼭 봐야 할 것은 아니다.
아마 이번이 나에게 아이다를 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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