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 스포주의
여신님이 보고계셔는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뮤지컬 중에 하나였다.
뮤지컬 관련 커뮤니티나 SNS에서 일명 '여보셔' 관련 글을 볼 때면 칭찬일색이고 재관람이 많아 어떤 극인지 궁금했다.
뮤지컬을 보러 갈 때에는 늘 스포를 피해 아무런 정보없이 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이번에도 전쟁과 관련된 극이고 여신님을 외치는 귀여운 넘버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뮤지컬을 보러갔다.
뮤지컬을 관람하고 나왔을 때는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뮤지컬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인기를 끌게 한 시나리오 내 요소들을 정리함으로 후기를 써보고자 한다.
1. 한국전쟁이라는 배경
한국인이라면 한국전쟁이 얼마나 아픈 전쟁이었는지 다 알 것이다.
극이 기승전을 지나 결을 향해 달려갈 때 배경으로 인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게 된다.
아무리 서로의 우정을 나누고 함께함으로 진짜 우리편이 누구인지를 고민하게 할지라도
결국 배가 완성되어 무인도를 떠나게 될 때에
누군가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부분이 극에 집중하게 하는 하나의 요소였다.
2. 이념을 뛰어넘은 우정
이념을 뛰어넘었다고 하기엔 극중 인물들이 전쟁에 큰 의의를 두고 참여하진 않았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남한과 북한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병사들이기에
누구하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대립관계에서 점차 하나가 되고 마음을 나누며
형, 동생이라고 부르게 되는 모습이 마음을 쓰리게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각자 북으로 가야한다 말하고, 몰래 고쳐진 통신기로 남한에 정찰선을 요청하지만
서로를 살리기 위해 각자 내리기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북한은 이들을 무인도에 남겨두고 가기로 정하고 남한은 정찰선에게 거짓말을 하며 다시 돌려보낸다.
서로에게 배신이라며 총부리를 겨눴지만 결국엔 서로를 살리고 싶어 자신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3. 믿고 의지했지만 사실은 나의 마음이었던 여신님
여신님을 외치며 귀여운 넘버를 부르고 함께 힘을 모으지만 사실 여신님은 허상이다.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신님은 내 마음 안에 있고 결국 내가 용기를 내면 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저 하나의 허상으로 끝나지 않고 각자의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주며
끝내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결말로 이끌어나가는 장치로 여신님을 잘 활용하였다.
4. 사연을 가진 모든 인물들
여신님을 제외한 실존인물(?)들인 남북한의 병사들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군대에 왔다.
사랑하는 누나에게 고백하지 못한 사람, 딸이 보고싶어 힘을 내는 사람,
사람을 가장 잘 죽일 것 같은 포악한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사실 사람을 죽이는 게 너무 힘들어 엄마에게 왜 이렇게 키웠냐고 털어놓는 사람,
여동생과 함께 춤을 추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
북한의 병사이지만 가족들 모두 남한으로 피신 간 사람, 전쟁 중에 형을 잃은 사람 등
모두가 사연이 있어 극의 중간마다 부르는 넘버들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전쟁은 누굴 위한 것인지 외치며 정작 전쟁에서 가장 많이 다치고 죽는 것은 일반병사들이며
그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그저 집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할 뿐이다.
처음 극이 시작될 때는 남북한의 군인들이었지만 사연을 알게 되면서 각 배역에 마음을 주고 공감할 수 있었다.
5. 유머의 활용
배경이 한국전쟁이고 각자의 사연이 무거운만큼 자칫 극이 지루해지거나 너무 어두워질 수 있지만
중간 중간 유머를 잘 활용해 극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하였다.
배역 중 한명이 유머를 담당하고 있어 재미있게 풀어내면서도 자신의 이야기에서는 진지한 모습을 보이고
반면에 무섭고 진지한 배역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웃음이 터지게 하였다.
이런 부분들이 더 재밌게 덜 부담스럽게 극을 관람하게 했다.
무대연출과 의상은 소극장인만큼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하였다.
조명을 활용하여 전쟁, 피, 과거이야기 등을 연출하고
가장 많이 노출되는 무인도를 배경으로 소품들을 활용하여 배, 전쟁터 등을 적절하게 표현하였다.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여신님은 의상에 변화를 주어 다른 인물임을 표현하였으며
한 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할 때에는 다른 인물들이 배경이 되어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춰 잘 어우러지게 하였다.
누군가 이 뮤지컬을 보겠다고 말하면 거리낌없이 추천할 것이다.
걸리는 부분이 특별히 없고 가볍게 볼 수도 깊게 생각하며 볼 수도 있는 뮤지컬이어서
각자 느끼는 부분들이 달라 보고 난 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호불호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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