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생각조각모음

예뻐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을 거란 착각 - 미인박명

세리 2021. 6. 1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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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여자에게 주는 착각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 단연 1등은 예뻐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착각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여자라는 성별을 다는 순간 예쁨과는 떼레야 뗄 수 없게 된다.

태아의 성별이 딸이라는 걸 안 순간부터 외모를 굉장히 걱정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할 수 없다.

남자나 여자나 같은 유전자를 받아서 오는 거라면 그리 큰 차이가 없을 텐데 태생부터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말을 안고 태어난다는 것이 증명되는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가 예뻐서 좋은 점이 뭐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사랑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다지 예쁘지 않은 내 얼굴로 살아오면서 느낀 건 내가 예쁘지 않아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예뻐서 좋은 점이 사랑받을 수 있다니? 안 예뻐도 받을 수 있던데?

여기에 한가지 우리를 속이는 주어가 빠져있다.

바로 "남자에게" 라는 주어이다.

저 말의 진짜 의미는 예쁘면 남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강요받아온 예쁨의 종착점이, 그렇게 힘겹게 노력한 예쁨의 결과가 고작 남자의 사랑을 받는 것이 전부라니? 이렇게 허무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예뻐서 남자를 잘 만나면 평생이 편하다며 '취집'을 이야기하는데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다.

당신 주변에 예뻐서 취집을 간 여자가 정말로 실제로 있냐고 말이다.

사람은 공통적으로 이기적이다.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은 아주 희박하기에 테레사 수녀님 같은 분이 추앙받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데 취집이라니?

무조건적으로 예쁜 여자를 먹여 살리려고 준비되어 있는 남자는 많지 않다. 아니, 없다.

 

물론 나도 예쁘려고 노력하던 때도 있었다.

예쁘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느낀 바는 정작 예쁘면 피곤하고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예쁜편은 아니지만 귀엽다 정도로 퉁칠 수 있는 외형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남자들에게 만만한 사람이었다.

예쁘면 부담스럽다며 만만하게 껄떡일 수 있는 딱 그런 사람이 나였다.

관심이 없다고 나는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를 쌓고 싶다고 온몸으로 말해도 듣지 않고 난 어느새 그들의 여자 친구 후보에 올라와있었다.

진절머리가 나서 하나 둘 연락을 끊다보니 자연스럽게 연애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예쁜 사람의 경우에는 어떨까?

굳이 멀리갈 필요도 없다.

'미인박명' 사자성어에 박제되어 있을 정도로 정작 예쁜 여자의 삶은 기구하다.

한 번이라도 어떻게 해보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지만 정작 다가갈 순 없으니 온갖 소문의 주인공이 된다.

얼음공주니 뭐니 이상한 별명을 짓기도 하고 된장녀니 김치녀니 알지도 못하면서 무지하게 말로 팬다.

 

예쁨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진 못했지만 한걸음 떨어져서 보니 왜 그렇게 살았을까 싶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경험을 통해 차츰차츰 자유해진 걸 알아서 후회되지는 않지만 찬란하게 빛났을 나의 젊은 에너지를 고작 예쁨에 투자했다는 게 너무 아깝다.

이제는 좀 더 자유함으로 나에게 나다움을 찾아가고 있다.

'예쁜 나'가 아니라 '진짜 나'를 알아가고 있다.

사회적 압박으로 예쁨에 다시 뛰어들고 싶을 때는 과거를 떠올리며 정신 차리고 있다.

 

우리 모두 예쁨을 찾기 위해 노력할 에너지로 성공을 써보자.

100살이 되었을 때 예쁜 할머니보다 먹고 사는데 지장없는 경제력을 갖춘 할머니가 더 나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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