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부름을 하고 받은 300원으로 매일 행복했다.
300원이면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도 있고 과자도 사먹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 놀러 갈 수도 있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는 돈은 아니었지만 300원만 있어도 매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슈퍼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길에, 슈퍼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그 시간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금은 300원보다 훨씬 많은 돈이 주어지지만 과연 그만큼 행복한 지에 대해서는 섣부르게 대답할 수가 없다.
나는 그때보다 나이도 더 많아졌고 돈도 더 많아졌는데 행복은 더 줄어든 것 같다.
그때는 300원이면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처럼 즐거웠는데 지금은 300만원을 가져도 3000만원을 가져도 예전에 느꼈던 그 행복감을 느낄 수가 없다.
그 차이는 내게 주어진 것에 대한 만족감과 감사함에서 비롯되는 차이가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갖고 싶은게 산더미 같지만 예전엔 300원만 있어도 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했다면 지금은 300만원이 있어도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먼저 생각하면서 감사함이 사라져버렸다.
그때보다 더 많은 것을 먹고 갖고 얻었지만 그 마음은 그때보다 훨씬 더 적다.
다시 행복하기 위해서 300원만 가져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 달려나가는 나의 모습과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의 사이에서 행복은 어딘가로 흩어져버린 듯 하다.
내게 주어진 것들이 무엇이든 300원보다는 많으니까 그때의 마음을 다시금 되살려 갖는다면 지금 더 행복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300원만으로도 행복했던 그 시절의 마음을 지금 다시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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