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9 : 51~62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에게 불을 명하여 하늘로부터 내려 저들을 멸하라 하기를 원하시나이까 라고 말한 부분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내가 맨날 열받으면 하나님한테 다 불질러서 쓸어버려야한다고 말하는데 그 말을 하는 나를 성경에서 보는 기분이었다.
내가 그런 말을 하면 하나님이 저런 마음이겠구나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본문이다.
정말 어린애 푸념 같은 말임에도 하나님은 싫어하는구나싶다.
모두가 경멸하는 사마리아인들을 향해서 쓸어버리자 말하는 제자들을 예수님은 꾸짖으시는데 사마리아인에 대해서 아무 감정이 없는 내가 볼때는 제자들이 너무하네싶지만 내 경험에 비춰보니 제자들이 이해가 간다.
나와 관계 맺는 사람들 중에 어떻게 매번 좋은 사람들만 있을까
내가 싫어하고 불쾌해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들이 말같지도 않은 말을 하거나 못되쳐먹은 행동을 하면 저절로 제자들처럼 불기둥은 어디있나 소리가 나온다.
그런 마음을 먹는 내가 제일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화가나고 기분이 나쁘니 그런 말이 절로 나온다.
지금은 예전보다야 빈도 수도 줄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아니까 안하게 되는데 그래도 가끔 너무 화가나면 절로 나온다.
예전에 내가 너무 아끼던 사람이 있었다.
관계가 서툴러 바보같은 짓을 참 많이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별로 좋은 소리를 잘 못듣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그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가고 몰라서 하는 실수들이기에 괜찮았다.
그래서 더 많이 아끼고 챙겨줬는데 이런 저런 사건들로 서로 상처를 받고 관계가 소원해졌었다.
그 이후로 관심을 끊고 살다가 우연히 그 친구가 쓴 글을 보게 되었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제대로된 사과 한번, 왜 그랬는지에 대한 진심어린 말 한마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어린 날에 누구나 하는 실수쯤으로 모든걸 퉁쳐버리는 글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미 관계는 끝이났고 그 글도 내가 애써 찾아본 것도 아니니 그대로 무시할까도 생각해봤는데 차마 그대로 두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 글에 댓글을 달았었다.
긴 글이었고 내 댓글도 긴 글이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마지막쯤 내가 이런 말을 썼던 건 기억이 난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지만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니까'
이 후에 무슨 말로 마무리를 지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딱 저 말만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때 한창 내가 하나님과 씨름하던 문제가 있었는데 하나님을 함께 믿는데도 그 사람들은 날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그 사람들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지쳐있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니 적어도 미워하지는 말아야겠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저들을 사랑하지 않지만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들이니까 그러면 감안이 되서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마음이 들었던 때라서 저런 말을 썼던 것 같다.
이런 저런 일들로 나는 더이상 널 사랑하지 않지만 하나님이 널 사랑하니까
그 뒤로 그 사람에 대해서 종종 중보기도를 한다.
때로는 기도하면서 열받는 마음에 하나님 안에서 호되게 혼났으면 좋겠다고도 하고 때로는 그래도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하나님 안에서 슬기롭게 변화되었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어쨋든 모두가 복음을 전해야 하는 대상이니 나의 감정과는 별개로 기도해야 함을 안다.
제자들도 어쩌면 그런 과정을 예수님과 함께 밟아가는 중이 아닐까
사마리아인이 제자들에게는 그저 불에 쓸려 멸해져도 괜찮은 사람들이지만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 그들도 우리가 품어야 하는 자들임을 배워가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중이 아닐까
하나님과 함께 하면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폭이 점점 넓어지는 게 느껴진다.
가끔은 이해가 되는 게 너무 싫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나님과 함께 하면서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게 느껴진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나에게는 하나님이기 때문에 썩 유쾌한 경험이 아님에도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게 나쁘지는 않다.
적어도 예전보다는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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